작성일 : 10-09-01 12:50
[제1659회 강연후기] 이혁병 ADT캡스 회장의 플레잉 경영
 글쓴이 : KHDI
조회 : 3,341  

 

본 강연후기는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5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1659회(지난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6일 한국경제신문 18층 다산홀에서 이혁병 ADT캡스 회장의 '플레잉 경영(Playing management) ’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글이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장만기
                                                                                            원장 권기식

"오늘 아침 만난 나의 첫 인상이 어떤가? 아마도 시골 농부를 닮은 새까만 얼굴부터 시선에 들어왔을 터인데, 실제로 내 별명이 '영농후계자'이다. 내 얼굴이 이렇게 새까매진 사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3월 2일 캡스 사장으로 부임한 첫날 임원들과 인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냉랭하고 불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그로부터 두 달만에 정규직 2500명 중 210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노조가 신임 사장을 압박하려고 총파업을 벌였다. 퇴근하려는 간부들을 붙잡아두고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숙식을 함께 하며 이미 30%의 고객이 이탈한 회사를 지켰다. 신임 사장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타협하지 않고 무노동 무임금 등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보이자 노조는 결국 파업을 중단했다."


대학생 시절 록밴드 리더로 활약한 이혁병 ADT캡스 회장은 '쉼표와 마침표가 없는 느낌표의 사나이'로 불린다. 최근 '고객 40만 돌파'라는 획기적 기록을 달성한 그는 곤혹스러웠던 부임 당시의 사연을 털어놓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것은 지난 8년 동안 정립해온 자신의 경영철학인 '플레잉 경영(Playing management)'의 탄생 과정에 대한 설명이기도 했다.


"협상을 통해 분규는 타결됐지만 노조와 비노조, 상사와 부하 사이에 생겨난 불신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당시 나는 차라리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회로 삼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1박2일 코스의 '열정교육'이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열정에 대한 실내 강의와 팀빌딩 야외 프로그램을 40명씩 50회에 걸쳐서 진행했는데, 행군이나 극기훈련 같은 고루한 방식을 버리고 과감하게 젊은 직원들이 좋아하는 엑스트림 스포츠를 선택했다(여름에는 수상스키, 겨울에는 스노보드, 봄과 가을에는 승마). 수상스키를 시작할 때는 직원들의 두려움을 깨뜨리기 위하여 사장인 내가 먼저 물속으로 뛰어들어 시범을 보였다. 이렇게 서로 몸을 부딪치며 소통하자 회사 분위기가 바뀌고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교육은 경영자가 반드시 직접 챙겨야


가장 큰 변화는 노사관계에서 나타났다. 이 회장은 "열정교육 이후 노사분규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80%를 상회하던 노조 가입률도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에는 노사관계 연구단체가 심사하는 최우수 노사대상을 받기도 했다. 뿐만이 아니다. 경쟁사가 1%에 멈춰 있을 때 16%나 성장했고, 수익률은 10%에서 24%로 급상승했다.


"이런 변화는 플레잉 경영과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플레잉 경영이란 무엇인가? 스포츠에 비유하면 이해가 쉬운데, 신입사원은 '후보선수' 혹은 '대기선수'라고 할 수 있다. 훈련만 잘 시키면 그들은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다. 이 스타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역량과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필드(운동장)와 룰(규칙)을 마련해 주는 것이 감독(경영자)의 몫이다.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책임지는 전문경영인으로서 내가 몰두하고 있는 것도 인재경영이다. 그렇다면 누가 인재인가? 물론 현재의 임원과 간부가 가장 뛰어난 인재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20~30대의 젊은 인재들을 더 중시한다. 그들이 앞으로 기업의 10~20년을 이끌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젊은 인재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 둘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전문직 선호, 급여보다 일의 재미 더 중시, 강한 스타성…. 이 회장이 파악한 요즘 젊은 인재들의 특성이다. 이 회장은 "이런 특성을 인정해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억눌러 버리면 젊은 인재들은 답답함을 느끼면서 건성으로 일하다가 마침내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서 그는 플레잉 경영의 삼각구도에 대해 설명했다.


"CEO-직원-고객이 플레잉 경영 삼각구도의 세 축인데, 우선 CEO 자신부터 직원을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캡스는 매년 4월에 전국의 여직원 100명을 불러서 1박2일 워크샵을 한다. 마지막 날에는 경영자인 내가 강의를 하고 여흥시간을 갖는다. 무엇으로 여직원들을 즐겁게 해줄까 고민하다가 교육팀 직원 6명과 댄스를 배우기로 했다. 하루 2시간씩 10주에 걸쳐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브아걸의 시건방춤, 카라의 루팡춤, 소녀시대의 런대블런을 마스터했다. 마침내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춤을 추자 여직원들이 '오빠!'를 외치며 열광했다. 이것은 하나의 이벤트에 불과했지만 엄청난 노력의 결과였던 것도 사실이다. 직원들은 이 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하면서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을 것이다."


이 회장은 "사장이 챙겨야 할 것이 많지만 플레잉 경영을 하기 위해 반드시 직접 챙겨야 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했다. 담당 직원에게만 맡기면 욕먹지 않으려고 무난한 백화점식 프로그램을 세울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교육을 받고도 일주일만에 모두 잊어버린다는 논평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회장이 도입한 창조적 교육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본사의 임원 30명과 신입사원 30명을 1대1로 짝을 지어 홍대앞 거리로 내보냈다. 둘이서 점심도 같이 먹고 4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트렌드를 탐방하고 돌아와서 프리젠테이션으로 발표하라고 했다. 임원들로 하여금 젊은 세대의 감성과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입한 현장교육이었다. 다음에는 동대문시장에서 여성의 시각을 갖고 쇼핑하도록 시켰고, 유니버설 발레단에 하루 동안 입단해 예술적 통찰력을 키우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경영자는 항상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CEO는 CSO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S는 Spiritual과 Speech를 의미하는데, 직원의 영혼을 움직일줄 알아야 한다."


'놀듯이 일한 CEO'로 영원히 남고 싶어


직원의 영혼을 움직여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즐겁게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회장은 '그라운드 만들기'와 '코칭방식 바꾸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캡스는 매년 400명을 모집해 7주간 훈련을 시켜 현장에 배치하지만 선임자와의 갈등 때문에 첫해에만 35~40%가 떠났다. 문제 있는 선임에게 멘토 역할을 맡기자 '탈영률'이 10%로 줄었다.


"CEO와 직원이 움직이면 고객도 움직이기 마련이다. 특히 고객의 마음을 잡으려면 CEO가 디자인에 주목해야 한다. 디자인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내가 제일 먼저 착안한 것은 출동대원의 복장이었다. 최근까지 보안업체 직원들의 복장은 칙칙한 회색이나 검정색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한국패션협회 회장인 손석화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복장 디자인을 바꿔버렸다. 복장이 바뀌고 나서 처음에는 대원들이 부끄러워 했지만 고객이 호감을 보이자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 다음에는 출동차량의 디자인을 개선했는데, 역시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부탁해 출동차량을 스포츠카처럼 날렵하게 바꾸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낯설어했지만 경찰차도 벤치마킹을 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이 회장은 "고객을 플레잉하려면 세계화와 현지화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 1위 기업은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모든 나라에서 군말없이 적용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월마트와 모토롤라처럼 현지화에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살려 독자 개발한 비즈니스 모델을 미국과 세계로 역수출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마지막으로 CEO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CEO는 회사의 얼굴이자 미래가치이다. 그래서 CEO가 움직이면 주가도 움직인다. 실제로 CEO가 회사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30%나 된다고 한다. GE의 잭 웰치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따라서 CEO는 회사의 브랜드와 더불어 자신의 브랜드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나 역시 브랜드 관리를 하고 있는데, 보안업체 경영자에 어울리게 새까만 얼굴과 날렵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노력하자 경영 성과도 좋아졌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행복한 경영을 할 수 있었다. '어려운 회사를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듣지만 실제로 나 자신은 한 번도 고생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노는 것처럼 일한 CEO'로 영원히 남고 싶다"


정리=정지환 감사나눔신문 편집국장 lowsaejae@gamsa.or.kr

이혁병 회장의 이력
▲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 美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 1978년 대우그룹 입사 및 자동차수출, 그룹전략기획팀
▲ (주)대우반도체 기획?마케팅 과장
▲ (주)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 기획조정실장
▲ 캐리어 아시아본부 사업담당 이사
▲ 대우 캐리어 전무이사
▲ CRO Korea 및 LG캐리어 대표이사
▲ (주)캡스 대표이사 및 Tyco Fire&Security Korea 총괄사장
▲ ADT Asia Pacific Operation 영업 마케팅 부사장
▲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부회장
▲ 한국청소년육성회 총재
<상훈> 한국CEO경영대상, 한국을 빛낸 기업인 대상, 글로벌로 가는 자랑스런 얼굴 선정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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