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8-17 12:00
[제1656회 강연후기]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한국경제의 리모델링 구상
 글쓴이 : KHDI
조회 : 3,523  
 

본 강연후기는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5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1656회(지난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8월 5일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한국경제의 리모델링 구상’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글이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장만기
                                                                                            원장 권기식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경제는 ‘싹수’가 보인다.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밝다는 말이다. 다만 일급경제로 도약하려면 변화가 절실하다. 반세기 동안 한국경제의 발전방식은 어땠나? 수출입국(輸出立國)으로 상징되는 수출주도형, 공산품 중심의 하드웨어 수출(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무게중심 이동), 정부와 민간의 협업체제와 그 산물인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기초기술보다는 응용기술 중심 등이 그 특징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국제·국내 경제여건은 이러한 방식의 대대적 수정을 요구한다. 이것은 도미니크 바튼 맥킨지&컴퍼니 회장,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회장, 클라우스 스바프 다보스포럼 회장,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 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기구 소장, 마이클 슈만 <타임> 아시아특파원의 분석이기도 하다."

대통령 직속기구 국민경제자문회의(의장 이명박 대통령) 부의장인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보통 미래에 대한 전망과 해법 찾기는 환경과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분석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유 부의장도 국제경제와 국내경제의 환경변화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국제경제의 환경변화에 대한 설명부터 들어보자.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역시 세계화(Globalization)인데, 최근 들어 이 개념이 약간 바뀌었다. 세계화의 중심과제는 시장개방이었지만 앞으로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안보, 환경까지 아울러야 할 것이다. 조셉 나이가 주창한 '소프트 파워(軟勢)' 개념도 주목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세계질서는 완력, 강압, 무력이 아닌 이해, 공감, 협력의 힘에 의해 형성되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당사자들의 가치관, 철학, 문화, 정책, 제도 등에 의해서 조성된다. 따라서 세계는 앞으로 외교, 소통, 교류, 거버넌스 등이 더욱 중요한 시대로 가게 될 것이다. 아시아의 중요성도 갈수록 증대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2009년 방콕에서 열린 한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FEEL Asia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국제기준 된 포스코 파이넥스 공법


FEEL은 F(Family Value), E(Education), E(Environment&Energy), L(Liberalization)을 뜻한다. 그런데 FEEL은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족의 가치, 뛰어난 교육열, 환경과 에너지, 자유화 추구 등 소프트 파워의 장점을 잘 살려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낸 아시아(asia)의 잠재력을 세계열강이 느껴(feel) 보라는 역동적 메시지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국내경제의 환경변화도 괄목할 만한데 신(新)산업혁명이 진행중이다. 예전에는 국내기업이 로열티를 지불하고 국제기준을 수입해 거기에 맞춰 물건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도리어 국내기업이 연구개발한 생산공법이 국제기준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각국의 철강회사가 탐내는 포스코의 파이넥스(FINEX) 공법이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녹이려면 외부에서 석탄과 석유 등 엄청난 규모의 연료와 에너지가 투입된다. 그런데 포스코는 지난 10년 동안 연구에 몰두한 결과, 철광석 자체 내에 포함된 탄소를 연소시킴으로써 외부 연료의 투입을 절약할 수 있는 획기적 공법을 개발했다. 포스코는 이 공법에 대한 특허를 신청해 철강시장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 부의장은 국내에서 진행중인 신산업혁명과 관련해 몇 가지 사례를 더 소개했다. 전 산업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IT·BT·NT, 제3세계로 이전한 재래식 노동집약산업의 빈 자리를 채우며 등장한 자본집약·지식집약·인재집약산업, 시장에서 최후승자가 될 수 있는 견인차인 기초상품 연구개발 중시 현상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서비스산업 역할의 증대도 거론됐다.

"한국은 하드웨어는 강한데 소프트웨어는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컴퓨터 관련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눈부신 연구개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치과 의료진에 의해서 전격 개발된 종합컴퓨터 치료시스템인 INFINITT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 시스템은 의사가 치료할 때 버튼 하나만 누르면 환자의 병력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다 나오고, 그 자리에서 비슷한 병력을 지닌 다른 환자와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정 신체 부위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CT 촬영 결과를 한꺼번에 불러내 환자와 함께 앉아서 검진할 수도 있다. 현재 이 시스템은 해외로 고가에 수출되고 있다. 국내 의료수준이 높아지면서 의료관광도 활성화되고 있다."

유 부의장의 설명에 따르면, 의료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분야는 치과, 안과, 한의과 순이다. 특히 한의과의 경우에는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까지 환자가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한식분야와 교육분야에서도 국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유 부의장은 밝혔다. 물론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와 초고령사회 진입의 가속화 등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다.

"한국의 출산율(1.25)은 미국(2.12), 영국(1.90), 일본(1.34) 등보다 낮다(2007년 기준). 하지만 현재까지 세계경제가 한국경제에 보내온 신호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A2에서 A1으로 조정) 등이 긍정적 징후라고 할 수 있다. UAE에서 결실을 맺은 원전 수출, 철강·조선·자동차 등 중공업의 해외진출, 브라질과 유라시아로의 수출 가능성이 엿보이는 고속철 등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오픈스크린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다음(한국)+어도비(미국)의 제휴, 스마트폰 부품과 완제품 공동제작을 위한 쉘라인(한국)+HTC(대만)+버라이존(미국)의 제휴, 자동차 부품 표준화와 공동공급을 위한 만도(한국)+BMW(독일)+GM(미국)의 기업간 제휴도 시선을 끈다."



세계경제가 한국경제에 거는 기대


유 부의장은 "세계경제가 한국경제에 거는 기대가 분명히 있는데, 그것은 결코 작은 기대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가 우물안 개구리처럼 국내문제에 휩쓸리다 보니까 제대로 느끼지 못할 뿐이지 자세히 따져보면 모두 일리가 있는 기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골드만삭스가 통일을 전제로 예측한 2020년 한국상을 소개했다.

"골드만삭스가 예측한 2020년 1인당 GDP 순위에서 한국(4만달러)은 5위를 차지했다. 미국(7만달러), 일본(6만달러), 독일(5만달러), 프랑스(5만달러)가 각각 1~4위를 기록했다. 지혜롭고 차분하게 대비만 한다면 5대 강국의 비전은 반드시 성사될 것이다. 우선 공업은 핀란드처럼, 농업은 네덜란드처럼, 서비스산업은 싱가포르처럼 발전시켜 동북아 교역중심국이 돼야 한다. 나아가 G20(2010년), NSS50(2012년)의 의장국이 된 것처럼 각종 국제포럼이 잇따라 열리고 세계의 문화와 예술과 스포츠가 활발하게 교류하는 동북아 문화예술센터로 우뚝 서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코리아가 '동방의 등불'이 될 것이라던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위대한 예언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1929년 4월 주요한의 번역으로 동아일보에 실린 '동방의 등불'은 일본에 머물던 타고르가 인도와 같은 식민지인 한국에 들러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못하는 대신 적어서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과연 타고르의 이 예언은 이뤄질까?

"한국경제가 짊어지고 있는 난제가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반드시 이겨내야 할 난제의 항목은 수없이 많을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다음과 같이 크게 5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앞서가는 일본과 추격하는 중국 사이에서 점차 감소 추세로 접어들기 시작한 성장잠재력, 기업은 인력이 부족하고 청년은 직장이 부족한 고용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괴리 현상,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를 전부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운명과 수급의 불균형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심각하게 우리의 발목을 잡는 굴레는 상대의 존재를 인정치 않는 이념논쟁일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이념논쟁에서 벗어나 '동방의 등불'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정리=정지환 감사나눔신문 편집국장 lowsaejae@dreamwiz.com


유장희 명예교수의 이력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 美 UCLA 경제학 석사
▲ 美 텍사스A&M대 경제학 박사
▲ 美 클라크대, 버지니아주립대 경제학과 교수
▲ 서울대 경제학과 및 국제경제학과 초빙교수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 한국경제학회 회장
▲ 이화여대 대외부총장, 명예교수
▲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 동아시아경제학회(EAEA) 회장
▲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상훈>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상대 최우수교수상, 한미경제학회 감사패, 국민훈장 동백장 外
<저서> 한계선 너머 빛이 보인다, 민영공화국, 서비스의 수출산업화 전략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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